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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우교수님/강의개요

도시조직

 

 

 

*Tissue
n.직물(특히 얇은 명주 따위), (세포)조직.

*Urban Tissue : 도시조직. 도시의 기본단위를 지칭하는 용어, 도시의 물리적인 형태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 도시공간, 도시기능, 건물들의 연속된 패턴으로부터 인식됨

필자는 건축학 3학년 설계시간에 학생들을 두 조로 나누어 한 조는 울산 성남동 가로 한복판에, 한 조는 삼산동 문화공원 안에 미술관을 설계하는 과제를 주곤 한다.

   
▲ 세계의 주요 도시간 도시조직의 비교도식.

사진출처 http://www.bricoleurbanism.org/whimsicality/urban-fabric-form-comparison



태화강을 사이에 두고 성남동과 삼산동을 좁고 긴 직사각형의 틀 안에 넣고 잘라내어 지도와 모형을 만든다. 설계의 출발은 그 두 지역에서의 사람들의 삶과 행동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이고, 그 첫 번째의 단서는 도시조직의 형상과 크기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오래된 읍성의 흔적과 역사적인 가로의 조직이 살아있는 강북 지역과, 새로운 신도시형성의 논리로 만들어진 강남지역 도시의 차이로부터 대지를 읽고 쓰는 건축공부가 시작된다.

도시의 형태 구성하는 기본적 요소
구성원간 관계망·조직 나타내기도
세계 어느 도시나 고유의 패턴 형성
도시조직 형성에 정책의 힘 크게 작용

오늘의 주제인 ‘urban tissue’를 직역하면 ‘도시조직’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도시의 기본단위를 지칭하는 용어이자 도시의 물리적인 형태를 구성하는 기본요소이다. 도시조직과 관련된 용어로는 urban fabric, urban field 등이 있고, 비슷한 계열로 ‘urban composition’은 도시조직 중에서 건물의 집합상태 및 조직구성 원리에 중점을 두는 경우에 사용되는 표현이다. urban fabric에 대해서는 지리학 분야에서 건물의 조직을 나타내거나 인문사회 분야에서 도시를 대상으로 접근하는 경우에 물리적인 형태뿐 아니라 구성원 사이 관계망 또는 관계조직을 나타낼 때도 이용되는 용어이다.

   
▲ 베트남 호치민시의 도시가로. 가로에 면하는 필지전면폭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정책에 따라 좁고 긴 필지와 합벽건축의 연속체인 가로풍경이 형성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도시의 세포’라는 다소 직설적인 번역이 어쩌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쉽게 생각해보자면 우리 일상의 삶이 펼쳐지는 집과 길, 도로로 구성되는 ‘풍경의 패턴’이라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도시조직은 도시공간, 도시기능, 공간의 연속된 패턴으로 인식되며 이러한 패턴의 특징은 결국 사람의 행위, 일상의 편리함, 안전함, 커뮤니티와의 관계, 이웃의 특징, 지역특징을 연쇄적으로 만들어냄으로써 그 환경적 수준을 결정짓기 때문에 중요하다.

도시조직은 그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학자들에 의해 ‘가로패턴, 건물, 필지의 형상’, 혹은 ‘가로와 필지’, 또는 포괄적으로 ‘건축, 필지, 가구형태, 길, 오픈스페이스’ ‘건물, 공간, 접근로’ 등으로 구성요소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지만 필자는 도시조직을 구성하는 구성요소들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종합하여 볼 때, 도시조직을 ‘가로, 필지, 건축물’로 구성된 물리적 요소와 ‘경제, 사회, 문화, 제도적 환경’과 같은 비물리적 요소관계로 형성된 집합체라는 전문가의 견해에 동의한다.



도시의 형성은 매우 오랜 역사를 지녔고 그 안에서 길과 필지분할, 가로패턴들이 만들어졌다. 또한 건축물은 길과 삶의 경계를 만드는 물리적, 문화적 체제로서 도시조직과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 왔다. 도시의 일상과 삶은 이 속에서 펼쳐져 현재에 이른다. 도시는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아서 역사와 시간 속에서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변형된다. 자연의 형상이나 기후에 자연스럽게 적응하여 강화되고 진화된 전 세계 다양한 도시조직들은 그 도시의 고유하고 특징적인 일상의 패턴과 가로의 풍경을 형성해 왔다.

우리도시에서는 도시조직을 가늠하는 데에 있어 비물리적인 요소, 그 중에서도 구역 기능, 규모, 크기를 결정짓는 데에 정책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해 왔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이 모여 주거지가 만들어지고 사고파는 행위가 반복되고 주요 상점가로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강화되어 상업지역이 형성되고 조금씩 밀도가 높아지던 자연스러운 흐름과 변형은 근대에 들어 일제 강점, 토지구획정리사업, 도시환경정비사업 등에 의해 가속되었고, 가로구획, 필지합필, 대지규모의 최소한도 법 등에 의해 도시의 기존 조직의 흔적들이 지워지고 어느 도시에나 일관되고 균질한 도시조직이 복사되고 더 나아가서 점점 더 큰 스케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 건축가 가즈요 세지마(Kazuyo Sejima)의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열린 공원’의 개념으로 설계한 미술관은 주변도시조직의 크기와 유사하게 필지와 건물볼륨을 분할하고, 이를 관통하는 통행로들을 둬 누구나 마을 어디서든 접근할 수 있는, 주출입구가 없는 마을 같은 미술관을 만들었다. 사진출처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홈페이지



경제적인 요인에 의해서 작은 필지들이 합필되면서 갑자기 큰 조직이 형성되어 크고 높은 건물들이 생겨나 지가가 상승되고 이것이 주변으로 연쇄적인 작용들을 일으키며 한 이삼년 만에 오래된 동네의 풍경이 익명의 도시풍경으로 급변하는 것은 필자의 동네뿐 아니라 현재 우리도시에서 날마다 일어나는 현상들이다. 이것이 사람들의 삶의 크기, 삶의 변화와 괴리되면서 도시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대규모 도시개선사업 과정에서도 작고 구불거리던 자연스러운 도시패턴들이 자연지형을 무시한 소방도로에 의해 잘려나가면서 동네 언덕과 나무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옹벽들과 웅덩이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면 좋겠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의 거주지를 떠나야 했거나 거대한 도시조직의 변화 안에서 소외되었던 도시 사람들의 삶에도 이러한 그늘과 상처가 생겼다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최근 대규모 도시개발의 문제의식을 토대로 기존의 도시조직의 토대 위에서 상향식의 도시재생방식에 대한 깊은 고민들이 다시 논의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며, 도시조직을 다루는 현대 도시디자인에서의 경향들을 볼 때, 과거의 문제들을 극복하려는 시도들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것은 현대 주거단지 계획에 있어서 단지를 주변도시체제에 연속되도록 분할하고 단지내 오픈 스페이스를 도시 보행로의 연속체로서 계획한다든지 더 나아가 프로그램을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계획하거나, 가로공간의 공공성 확보를 통해 도시와 계획대지를 함께 활성화시키려는 노력, 도시주거지 정비에 있어서 인접건물, 혹은 연속된 가로면을 형성하고 있는 건물의 형태 및 규모를 고려하여 분절하는 노력들 속에서 적지 않게 발견된다.

주목할만한 현대 건축ㆍ도시디자이너들 또한 대지를 대할 때, 주변도시의 조직들과 그들이 품어온 시간성, 삶의 흔적, 장소성에 주목한다. 주변조직의 이식, 접합, 중첩의 설계기법을 통해, 단지의 경계를 흐리고 대지 내에 주변조직이 가지는 시간성과 삶의 풍경을 끌어들임으로서 연속체로서의 도시를 꿈꾼다.

   



한 발 더 나아가 필자가 생각하는 21세기 도시디자인(urban Design)의 전략은 살아있는 유기체로서의 도시에 대한 관점에서 시작하여야 한다. 정량적인 조직의 크기를 전제할 것이 아니라 그 장소의 특성에서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작은 조직은 작은 조직으로서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큰 조직은 그 안에서 삶과 행동패턴과의 연계성을 고민하여야 한다. 큰 조직과 작은 조직은 서로 단절될 것이 아니라 도시의 연속체로서 연결고리를 고민해야 한다. 도시의 변화는 도시조직의 형태발생(morphogenesis), 적응(adaptation), 진화(evolution)등 점진적인 시간성의 과정 속에서 고민되어야 하며, 물리적인 조직의 크기, 밀도와 함께 비물리적인 프로그램, 조건, 정책 등이 통합적으로 전개되어야한다. 그리고 그 장소, 그 중심에는 사람살이의 연속성이 놓여있어야 할 것이다.

 

 

자료출처 : 경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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